[서울대생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순혈주의' 논란]
졸업생들이 올린 직장·연봉 他대학 게시판에 유출되자 타교 출신 대학원생에 화살
일부 "시대착오적" 비판에도 찬성 댓글 수십개씩 달려
비슷한 일 겪은 이화여대는 학부 재학생·졸업생만 허용
서울대 학부·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는 '스누라이프(SNULIFE)'라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이 커뮤니티는 15만여명의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폐쇄형 인터넷 게시판이다. 최근 이 게시판에서 '타(他) 대학 학부 출신 서울대 대학원생들을 커뮤니티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번져 서울대 학생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학생은 '순혈주의(純血主義)'를 내세우며 타대 학부 출신 서울대 대학원생들에 대해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일부 서울대 졸업생들이 스누라이프의 익명 게시판에 소속 직장과 연봉을 언급한 글들이 다른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그대로 게시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스누라이프의 익명 게시판은 서울대 학부·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만 접속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몇몇 서울대생들은 '분명히 다른 대학 학부 출신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관련 글을 다른 대학 커뮤니티에 유출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상당수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타대 학부 출신 대학원생은 서울대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스누라이프에서 이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거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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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스누라이프에서 "타대 출신 대학원생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인식 자체는 수준 미달 '학력세탁충(蟲)'"이라거나 "남을 내 집에 들이기 싫은데 이유가 있나?" "대학원생은 총학생회장 투표권이 없는 걸 보면 주인이 아니라는 뜻" 등 타대 학부 출신 대학원생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 일부 학생은 "타대 학부 출신 대학원생을 배척하는 것이 인종차별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 "시대착오적 순혈주의"라는 글을 올리며 자제를 촉구했지만 다른 대학 학부 출신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분위기에 덮였다. 타대 학부 출신 대학원생을 비방하는 글만 40여건 올라왔고, 이에 동조하는 댓글도 게시글마다 20여개씩 수백건이 달렸다.
이화여대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이화이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화이언이란 커뮤니티는 원래 다른 대학 학부 출신 이화여대 대학원생들도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梨大) 출신도 아닌 대학원생들이 '이대' 출신이라며 물을 흐린다"는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2013년 5월부터 이대 학부 재학·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연세대 인터넷 커뮤니티도 학부 재학·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다.
스누라이프 운영진은 비슷한 논쟁이 한 차례 벌어졌던 지난 2월 "다른 대학 학부 출신 대학원 재학생도 학교의 연구와 교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대 구성원"이라며 계속 타 대학 출신 대학원생이 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서울대 대학원생(26)은 "다양성과 열린 자세가 필요한 학문의 전당에서 순혈주의를 고집하며 다른 대학 학부 출신에 대해 적대감을 표출하는 건 시대착오적이자 반(反)지성적"이라고 했다. 일부 학생들이 출신 학부를 강조하는 학벌주의에 빠진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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